유리창 너머,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
도심 한복판에서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빌딩을 올려다보면, 반짝이는 유리 외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 유리창은 저절로 반짝이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보이는 반짝이는 창문 뒤에는, 목숨을 걸고 외벽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층 빌딩 외벽 청소부, 흔히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리는 직업. 사실 처음 이 직업을 들었을 때는 영화 속 장면처럼 멋있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고 나니, 그들의 하루는 단순히 ‘멋진 직업’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긴장과 집중의 연속이었습니다.
빌딩 외벽 청소는 단순한 미관을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도심에서 수십 층을 넘는 고층 건물은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기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작은 오염물이나 균열이 장기간 방치되면 빌딩의 수명에도 영향을 주고, 심지어 보행자 안전에도 직결됩니다. 그렇기에 청소부들의 역할은 단순히 ‘청소’가 아니라, 빌딩 유지와 안전 관리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50층 위, 밧줄 하나에 몸을 맡기는 하루
아침 일찍 작업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비 점검입니다. 안전 벨트, 헬멧, 하네스, 로프, 그리고 청소 도구까지. 모든 장비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외벽 청소부는 말 그대로 ‘한 줄에 몸을 맡기고’ 수십 층 높이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지켜본 한 작업은 45층 빌딩에서 진행됐습니다. 청소부들은 옥상에서 작업용 의자(보드)에 앉아, 두 줄의 로프를 몸에 연결했습니다. 하나는 작업용, 다른 하나는 비상용입니다. 혹시라도 하나가 끊어지면 다른 하나가 생명을 지탱해 주는 셈이죠.
작업이 시작되면 그들은 마치 거대한 벽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으로 유리창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벽을 ‘타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매달린 채 조금씩 위치를 조정하며 청소를 이어갑니다. 바람이 불면 몸이 흔들리고, 햇빛은 눈부시게 반사됩니다. 바깥에서 보면 단순히 물을 뿌리고 닦는 일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아찔했습니다.
청소 작업은 몇 시간씩 이어집니다. 한 줄의 유리창을 따라 내려오면서 닦고, 다시 위로 올라가 옆줄로 이동해 또 내려오는 식입니다. 빌딩 한 면만 청소하는 데도 하루 이상이 걸리며, 건물 전체를 청소하는 데는 보통 일주일 이상이 걸립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과,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고층 빌딩 외벽 청소부의 가장 큰 적은 날씨입니다. 강풍, 비, 눈은 곧 위험 신호입니다. 작업 중에 바람이 세게 불면 유리창에 몸이 부딪히거나 심하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유리 표면이 미끄러워지고, 추운 겨울에는 손이 곱아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렵습니다.
또한 체력 소모도 상당합니다. 좁은 의자에 앉아 몇 시간 동안 팔과 어깨 힘으로만 버텨야 하기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은 금방 지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한 청소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심의 풍경은,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특권이에요. 또 우리가 닦아낸 창문을 사람들이 아래에서 보며 깨끗하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끼죠.”
위험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단순히 ‘돈을 버는 일’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자부심이었고, 또 하나의 전문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