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I로 ASMR을 만들고 싶었을까
ASMR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듣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몰입감을 주는 특별한 콘텐츠입니다. 유튜브나 틱톡을 보면 수많은 ASMR 영상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는 전문적인 장비로 고퀄리티를 뽑아내는 채널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비싼 장비나 전문적인 녹음실이 있어야만 ASMR을 만들 수 있을까?”
최근에는 AI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소리 생성이나 영상 제작도 가능해졌습니다. ChatGPT 같은 언어 모델로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Runway나 ElevenLabs 같은 툴로 소리와 영상을 합성하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AI ASMR을 시도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무엇보다 ‘나만의 감성’을 담은 ASMR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남이 만든 소리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상상한 장면을 AI에게 설명해 소리와 영상으로 구현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그 호기심이 이번 실험의 시작이었습니다.
프롬프트로 ASMR을 만드는 과정
실험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1) 콘셉트 설정, (2) 프롬프트 작성, (3) 영상·소리 결합입니다.
콘셉트 설정
우선 어떤 분위기의 ASMR을 만들고 싶은지 정해야 했습니다. 저는 ‘숲속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빗소리와 함께, 책장을 넘기는 소리’라는 테마를 잡았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백색소음과 달리, 풍경과 일상적인 소리를 섞으면 더 몰입도가 높아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프롬프트 작성
소리를 만들기 위해 AI 음성 합성 도구에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넣었습니다.
“A calm rainy forest ambience with soft raindrops on leaves, faint wind blowing, and the gentle sound of flipping book pages. Stereo, high-quality, relaxing tone.”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감각적인 표현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비 소리’라고 하면 단조롭게 나오지만,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라고 하면 훨씬 사실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상·소리 결합
영상은 Runway의 텍스트-비디오 기능을 활용해 ‘밤의 숲속 오두막, 창밖으로 빗방울이 흐르는 모습’을 프롬프트로 생성했습니다. 소리와 영상이 따로 생성되기 때문에, 편집 프로그램(프리미어나 캡컷)을 활용해 합쳤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7초짜리 숏폼 영상을 완성했는데, 짧지만 확실히 “AI로 만든 나만의 ASMR”이라는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완성 영상을 들어보니, 인공적인 티가 아주 조금 났지만 생각보다 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책장 넘기는 소리는 실제 녹음한 듯한 질감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만 빗소리는 조금 반복적인 패턴이 느껴져서, 다음에는 다른 환경음을 섞어 개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I ASMR 실험이 주는 가능성
이번 실험을 통해 느낀 가장 큰 점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새로운 창작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마이크, 방음 공간, 편집 기술 같은 장벽이 높았다면, 이제는 아이디어와 프롬프트만으로도 누구나 ASMR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 ASMR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개인화된 힐링 사운드: 내가 원하는 장면(예: 바닷가, 도서관, 밤하늘)을 AI에게 설명하면 맞춤형 ASMR을 생성 가능.
새로운 콘텐츠 시장: 기존 유튜브 ASMR 채널과는 차별화된 ‘AI 실험형 ASMR’이라는 장르가 생길 수 있음.
크리에이터 입문 장벽 완화: 장비 투자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콘텐츠 제작을 시작할 수 있음.
물론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인공적인 소리의 반복성, 영상의 디테일 부족, 그리고 아직은 사람이 직접 녹음한 ASMR이 주는 깊은 현실감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죠.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이 격차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실험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상상한 장면이 곧바로 현실처럼 재현되는 과정 자체였습니다. 내가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장면이 AI의 손을 거쳐 실제 영상과 소리로 나타날 때의 놀라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마무리
“AI로 만든 나만의 ASMR”은 단순한 취미 실험이었지만, 앞으로 콘텐츠 제작이 얼마나 민주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마이크 앞에서 속삭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 새로운 사운드 풍경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이번 실험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다양한 테마(예: 도시 소음, 우주선 내부, 옛 마을의 소리 등)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실험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창작의 새로운 문이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자신만의 상상을 AI에게 들려주고, 그 결과를 ASMR로 체험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